2007년 07월 12일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이 사람의 하루동안의 일과를 써 놓은 책이다.
아주 담담하게 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에는 어떤 다른 것도 없다.
그냥 이 사람이 이 하루를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하지만 사람이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한 편으로는 수많은, 아주 수많은 일들에 얽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또 한 편으로는 한가지 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서
그것도 삶이고 이것도 삶이지만 어떤게 더 좋은지는 판단할 수가 없다.
단지, 그런 삶 자체보다는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자기가 먹을 것이 충분치 않음에도 자기보다 넉넉치 않은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착한 사람' 이미지와는 다른 면이 있다.
우리가 동화속에서 흔히 보아왔던 그런 착한 사람과는 다르게
배급하는 사람을 속여서 점심때 죽을 한 그릇 더 먹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순번을 미리 맡아놓았다가 그 사람이 사례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사례가 있을 때만 남을 돕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만약 설탕 두조각과 비스킷 두개와 소시지 하나를 가지고 있다면
그중 비스킷 두개를 나에게 내가 믿지도 않는 신에 관해 늘어놓는 사람에게 건넬 수 있을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나는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철학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들도 나 스스로 사람들을 잴 만한 잣대를 찾다가 억지로 하나 뽑아낸 잣대인지도 모른다.
어떤 기준으로 저 사람을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을까.
판단하고자 하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아주 진실되게 꾸밈없이 써 놓은 책.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을 아주 진실되게 허울 없이 써놓은 책.
사람에 대한 사랑 타령을 하는 내가 과연 이반 데니소비치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더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 같으면 비스킷 두 쪽을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건넬 수 있었을까.
생각이란 실천과 참 다른 문제다.
정말로 그냥 한 사람의 하루를 적어놓은 책 같지만
그래도 곳곳에 작가의 사상이 한문장 한문장 들어가 있다.
꼿꼿하게 앉은 채로 밥을 먹는 수용소의 노인 이야기.
예술은 너무 장식들로만 채워지면 안된다는 이야기 - 고기 없이 후추만 잔뜩 먹을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
이반 데니소비치는 시간이 갈 수록 비굴해질 수 없다는 삶의 태도가 더 굳건해 짐을 깨닫는 다는 이야기.
믿지 않는 신이지만 사소한 모든 일에 감사하는 소박한 마음.
어쩌면 이반 데니소비치의 삶에 작가의 사상을 투영시킨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느냐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는 참 다른 문제 같다.
수용소에 있는 죄수도 노벨문학상을 탄 솔제니친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 수도 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도 가난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도 있는 것.
# by | 2007/07/12 15:33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