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사람은 수용소에 갇힌 죄수다.
이 사람의 하루동안의 일과를 써 놓은 책이다.

아주 담담하게 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에는 어떤 다른 것도 없다.

그냥 이 사람이 이 하루를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하지만 사람이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한 편으로는 수많은, 아주 수많은 일들에 얽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또 한 편으로는 한가지 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서

그것도 삶이고 이것도 삶이지만 어떤게 더 좋은지는 판단할 수가 없다.

단지, 그런 삶 자체보다는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자기가 먹을 것이 충분치 않음에도 자기보다 넉넉치 않은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착한 사람' 이미지와는 다른 면이 있다.

우리가 동화속에서 흔히 보아왔던 그런 착한 사람과는 다르게
배급하는 사람을 속여서 점심때 죽을 한 그릇 더 먹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순번을 미리 맡아놓았다가 그 사람이 사례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사례가 있을 때만 남을 돕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만약 설탕 두조각과 비스킷 두개와 소시지 하나를 가지고 있다면
그중 비스킷 두개를 나에게 내가 믿지도 않는 신에 관해 늘어놓는 사람에게 건넬 수 있을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나는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철학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들도 나 스스로 사람들을 잴 만한 잣대를 찾다가 억지로 하나 뽑아낸 잣대인지도 모른다.

어떤 기준으로 저 사람을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을까.
판단하고자 하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아주 진실되게 꾸밈없이 써 놓은 책.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을 아주 진실되게 허울 없이 써놓은 책.


사람에 대한 사랑 타령을 하는 내가 과연 이반 데니소비치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더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 같으면 비스킷 두 쪽을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건넬 수 있었을까.

생각이란 실천과 참 다른 문제다.











정말로 그냥 한 사람의 하루를 적어놓은 책 같지만
그래도 곳곳에 작가의 사상이 한문장 한문장 들어가 있다.

꼿꼿하게 앉은 채로 밥을 먹는 수용소의 노인 이야기.
예술은 너무 장식들로만 채워지면 안된다는 이야기 - 고기 없이 후추만 잔뜩 먹을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
이반 데니소비치는 시간이 갈 수록 비굴해질 수 없다는 삶의 태도가 더 굳건해 짐을 깨닫는 다는 이야기.
믿지 않는 신이지만 사소한 모든 일에 감사하는 소박한 마음.

어쩌면 이반 데니소비치의 삶에 작가의 사상을 투영시킨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느냐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는 참 다른 문제 같다.

수용소에 있는 죄수도 노벨문학상을 탄 솔제니친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 수도 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도 가난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도 있는 것.

by 날씬이 | 2007/07/12 15:33 | 트랙백 | 덧글(0)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나지 않는다.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나지 않아서.
찾으러 가려고 한다.

내가 누구인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성품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도무지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된다.

이번에 찾지 못하면
찾을 때까지 찾겠다.


그냥 나 스스로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빼 내서
새로운 곳으로 툭 던져놓으려고 한다.

어떤 모습을 보게 될지
어떤 나를 만나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by 날씬이 | 2007/06/16 10:57 | 트랙백 | 덧글(0)

일 포스티노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영화를 봤다.
더구나 야외에서 이렇게 영화를 본 건 처음인 듯.

영화 제목만, 그리고 포스터만 봤던 영화인데
야외상영이라는 말에 혹해서 나가서 보게 되었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잔잔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거기에 마리오의 순진함, 순수함이 묻어나와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

느낌 좋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파블로 네루다가 떠난 다음에도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자기 삶 자체에 그 사람의 흔적을 애써 남기려는 마리오를 보면서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네루다를 만나기 전의 마리오의 모습과 네루다를 만난 후 마리오의 모습이다.

파블로와의 만남, 그와의 사귐은 마리오의 삶 전체를 변화시켰다.
마리오에게는 단지 사귐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만남이었다.
이로 인해 사상과 행동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 사이에는 극적인 요소도, 흥미가 될만한 시끌벅적한 이야기도 없다.
단지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사람들사이에는 뭔가 특별한 일을 공유해야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옳은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의 만남은 그만큼 평범하고 잔잔했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느낌을 나누는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른 영화들 같으면 그림같은 장면, 극적인 장면들이 기억에 남겠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두사람이 이야기 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베아트리체를 놓고 대화하던 장면. 두 장면이 모두 베아트리체를 놓고 대화하는 장면이다.
첫번째는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시를 써달라고 했던 장면, 네루다는 대상을 봐야 시를 쓸 수 있다고 하고
마리오는 그녀가 입에 물었던 공을 보여주면서 이걸 보면 베아트리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두번째 장면은 베아트리체의 이모? 그 사람이 네루다에게 다녀간 이후에
두사람이 나누던 대화 장면.
시는 쓴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소유라는 말이 참 인상깊다.

그리고 구름, 바다, 하늘 기타등등 이런것들이 이 세상의 은유냐고 물었던 마리오의 순진한 표정도.

네루다가 가버리고 난 뒤에 마리오가 섬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깨달아 가는 모습도.

영화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시적이고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던 것 같다.

특히나 마리오의 그 순박하고도 귀여운 모습.
참 인상깊게 마음속에 남는다.

by 날씬이 | 2007/06/02 00:52 | 트랙백 | 덧글(0)

통학하는 길

마을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다.
학교에서 학숙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
짧지도 길지도 않은 딱 적당한 통학 시간이다.

가끔 오늘처럼 시원 선선한 밤에

술이라도 한잔 한 날이면

엠피쓰리 볼륨을 적당히 높게 틀고

시원한 바람을 얼굴에 맞는 느낌이 참 좋다.

이게 바로 마을버스 타고 통학하는 맛이다.

by 날씬이 | 2007/05/31 23:54 | 트랙백 | 덧글(0)

삶의 방식.

난 적극적인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내가 하려고 하는 일들에 두려움 없이 맞서기 보다는
그것을 시작하기를 꺼려하고 두려워 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적극적인 생활 방식을 갖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소극적인 생활 방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아주 먼 옛날에는 이러한 생활 방식과 생계수단은 구분되어 있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했던 일이 비슷했고
따라서 자신의 사고방식 보다는 얼마나 성실한가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생계의 수준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사고방식 그 자체가 곧 생계수단과 연결된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각자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잘 찾아내고 그 위치에 서서 무언가 일을 해내야지만
사람들은 더욱 많은 재화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따라서 그 모든 일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나서는 사람이
더욱 많은 것을 얻게 된다.

하지만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것은 천성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소극적인 사람들은 이런 면에서 좌절감을 느낄 때도 있다.

소극적인 사람들은 자신들도 더 많은 것을 얻고싶다면
적극적인 삶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그래서 자신의 몸에 맞지 않게 자꾸만 그쪽으로 가려고 노력한다.

사람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삶의 방식까지도 바꿔야 한다는 것은
그다지 기분좋지 않다.

by 날씬이 | 2007/04/19 23:0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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